▲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11일로 예정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총리후보자 지명 당시까지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후 병역·재산·논문표절 등의 문제가 줄줄이 제기 된 데다가, 후보자 지명 이후 언론보도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지난 6일 공개된 언론보도 외압 녹취록 사건을 기점으로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측은 "청문회에서 소명 기회를 주자"고 나서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 지명 이후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이야기를 한 내용이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KBS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 후보자가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내용뿐 아니라 언론사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관계자들이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내용이 공개되고 논란이 불거지자 이 후보자는 곧바로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야 모두에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측은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을 통한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언론인들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을 본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며 "아무리 급하다고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면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총리 자격문제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같은 언론 외압 논란뿐 아니라 병역과 재산문제, 논문표절 등 인사청문회 단골메뉴들도 줄줄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애초 차남의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됐으나, 병역 문제가 확대되면서 현재는 후보자 본인의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이른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으며,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 됐다. 중학교 시절 마라톤 중 다쳤다는 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이지만, 최초 징병검사에서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행정고시 합격 후 본인이 재검을 신청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병역의혹이 제기됐다. 차남 역시 최초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재검 끝에 면제를 받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 5일 국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가 증인채택 문제 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산 관련 의혹은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를 매매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도 재산 신고에는 누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의 장인이 샀다는 분당의 토지에 대한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분당의 땅은 2000∼2001년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2억6천만원에 사들였고,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2002년 무렵 2배로 올랐으며, 2011년 후보자 차남에게 다시 증여된 시점에는 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당시 주변 13개 필지가 동시에 거래됐고, 토지 계약자 중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의 자녀 3명, 중견기업 회장 등이 포함돼 있어 개발정보가 미리 새어나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또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정책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경찰공무원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표절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논문은 여러곳에서 1984년 발간된 책 '정책학원론'에 실린 문장이 별도 인용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인용됐으며, 소제목과 목차 순서도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다른 의혹과 달리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는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처럼 각종 의록들이 줄줄이 불거지고 새정치민주연합측에서 '부적격' 발언을 꺼내놓기 시작하면서 새누리당측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측은 일단 아직까지는 의혹 단계인 만큼 청문회를 통해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