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총 2천825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 대비 31.9%나 증가한 것이다. 경제부진에 따른 작년도 기업실적이 별로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전체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의 67%가 가계로부터 벌어들인 것이다. 은행들이 건전성 강화를 빌미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가계에서 대출을 회수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2013년 5월부터 은행들의 일률적인 중도상환수수료에 제동을 걸었음에도 은행들은 미동도 않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점입가경이다. 보금자리론, 내집마련 디딤돌, 적격대출 등으로 최근 5년간 총 3천18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이다. 수수료율도 시중은행과 같은 1.5%이다. 공기업이 이런 지경이니 어느 누가 정부 말을 들을지 걱정이다. 가계부채가 점차 심각해지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만 최근에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타 시중은행들이 동참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효과는 의문이다. 은행들이 정부 말을 듣지 않는 건지 정부가 감독업무를 게을리한 건지 딱하다.

그렇다고 은행만 나무랄 수도 없다. 지난해 18개 은행의 순익은 전년대비 60% 증가한 6조2천억원이나 대손비용이 대폭 축소된 결과로 빛 좋은 개살구이다. 오히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인 1.79%로 떨어진 상황이다. 2013년도 국내 은행들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0.22%로 글로벌 50대 은행 평균 0.9%보다 상당히 낮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비이자수익의 대표상품인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경쟁을 통한 은행서비스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갚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가 넘는 고위험군이 234만 가구이다. 은행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쇼크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선제대응 운운하며 자신감을 보이나 가계부채와 은행 경쟁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