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서 장비를 활용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장비를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희한한 교육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안전방법 등 7대 교육안전영역을 마련, 이를 의무교육과제로 일선학교에 시달했다. 이에따라 경기도교육청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안전사고에 대비한 심폐소생술과 전기심장충격기 활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도내 4천여 초·중·고교 가운데 단 한 곳도 전기심장충격기를 갖춘 곳이 없어 사실상 응급상황 발생시 전혀 손을 쓸 수 없다. 교육만 있을 뿐 갖추어야 할 장비가 없어 응급상황엔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응급을 요하는 심정지환자의 경우 전기심장충격기는 필수장비다. 5~15분만 지나도 생존율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장비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갈등과 분노로 인해 심정지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도와 경기소방재난본부에 의하면 심정지환자의 119구급대 구조신고는 해마다 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막상 119구급대가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사례는 1천여명으로 19%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생명을 구한 것은 3%대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자동심장충격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 지자체 등이 설치 확대에 적극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로만 안전의식을 강조하면서 사고에 대비한 장비구축엔 손을 놓고 있다. 이들 전기심장충격기는 대형병원과 응급의무설치 기관인 보건소, 소방서 등에만 구비돼 있어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응급상황 발생시 활용할 기회는 전무한 상태다. 시군별로도 천차만별이다. 고양시가 1천282대에 이르는가 하면 인구 120만명의 수원시는 407대다. 한수이북의 포천시는 겨우 5대, 동두천시도 9대를 비치하고 있을 뿐 설치기준조차 없다.

일선 학교에선 일반기관에서도 응급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장비교육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탁상행정의 본보기라는 소리가 나온다. 장비가 지급되고 그 후에 교육을 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학교는 다중집합장소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서라도 전기심장충격기를 준비해 놓고 이를 이용, 교육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