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사자에 물려 사육사가 숨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맹수마을 사자 방사장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지난 12일 발생한 사육사 김모(52)씨의 사망사고는 사육사가 내실 문을 제대로 안 닫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안찬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은 13일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어 사고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공원은 "사자 내실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데 김씨가 1번 내실의 문을 닫지 않은 채 방사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자가 좋아하는 문을 선택해 들어올 수 있게 2개 문을 열었는데 이후 2개를 다 닫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공원 측이 최종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후 2시 22분께 사자 방사장 청소를 위해 혼자 들어갔고 1분 후 사고를 당했다. 

2시 34분 점검하려고 들른 소방직원이 현장을 발견, 방사장 문을 닫고 코끼리사육사를 찾아 2분 후 현장을 다시 확인하고서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했다.

무전을 들은 사육사 4명이 2시 37분 현장에 도착해 사자를 내실로 유도, 47분에 사자를 피해자와 격리해 내실에 가뒀다.

수의사가 2시 49분에 도착, 심폐소생술을 하고 10분 뒤에 119구급차로 건국대병원에 후송했으나 김씨는 목과 다리, 얼굴, 팔 등을 크게 다쳐 4시 13분에 숨졌다.

공원은 사고 수습에 10여 분 이상이 걸린 것과 관련해 "CCTV가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자와 사육사를 격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마취총을 챙기느라 그랬다"고 해명했다.

2013년 서울대공원의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숨진 후 2인 1조로 방사장에 들어가도록 매뉴얼이 보완됐음에도 김씨가 혼자 들어간 데 대해선 "동료 1명이 휴무여서 김씨 혼자 했다"며 "단순 업무라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씨가 사고 당시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방사장 청소를 할 땐 동물이 없는 조건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하진 않았지만 방패 등은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 사육사 김 모 씨가 사자에 물려 숨진 사건이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회의실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 사고현장 도면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부인과 아들 1명을 두고 있으며, 1995년 공원 동물복지팀으로 전입해 맹수사에선 2002년을 전후한 2년과 2012년부터 현재까지 3년 등 총 5년을 근무했다.

김씨를 공격한 사자는 암수 한 쌍으로 각각 2010년 7월, 2006년 8월 공원에서 자체 번식한 개체로, 내실에 격리 중이다.

안 원장은 "사자들이 특별히 평소에 난폭하거나 공격적이진 않았다"며 "사자들은 전시하지 않고 행동 변화를 계속해서 관찰할 예정이며, 처리 방안은 국내외 사례를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서울대공원 사육사 사망사고 때 해당 호랑이를 전시에선 제외했지만 안락사하진 않고 내실에서 관리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공원은 이날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사육사 개인 과실에 방점을 두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개인 과실로 결론짓지 않았으며 수사를 통해 개인과실인지 시스템 문제인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원은 재발을 막기 위해 동물사별로 사육사 안전관리 수칙을 숙지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동물사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을 교육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육사가 방사장에 들어가기 전 동물 내실 출입문이 닫혔는지 확인할 수 있게 관리 동선 상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맹수 퇴치 스프레이, 전기 충격봉 등 안전 장구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호환(虎患) 사고가 있었고, 당시 갖은 안전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 역시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 원장은 김씨와 유족에 대해 "업무 수행 중 사고인 만큼 유족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최대한 보장받게 변호사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