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구업체 현대리바트
‘현대 글로비스’와 계약 체결 후
中企 6곳과 계약 일방해지 횡포
숙련된 인력 흡수 ‘막대한 피해’


국내 최대 가구생산업체인 현대리바트가 친인척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와 배송계약을 한 뒤 10여 년 동안 배송을 담당해 온 중소 물류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또다시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대리바트와 현대글로비스는 범 현대가(家) 경영자가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현대리바트는 더욱이 올 초 중소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전형적인 대기업의 횡포를 부려 중소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 남사면에 본사를 둔 현대리바트는 지난 1월 31일 자로 지역 중소 배송업체 6곳과 설치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중소 배송업체들은 지난 10여 년 간 현지에서 생산한 가구를 경기·서울·강원 등 권역별로 배송업무를 담당해왔다.

현대리바트는 이들 중소 배송업체들과 계약 만료하기 1년 전인 작년 2월 범 현대가 기업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리바트 측은 ‘물류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글로벌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리바트는 정지선(42)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고, 현대글로비스의 최대 주주는 정의선(44) 현대차 부회장으로, 사실상 현대가 기업들에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각종 물류업무를 현대글로비스와 계약, 현대글로비스가 연 매출 14조원대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중소 물류업체와 하도급계약 과정에서 직원 및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떠맡도록 하는 등 불평등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2월 현대리바트 배송 기업인 A사와 체결한 용역 계약서에는 A사 직원은 글로비스의 사원 복무 규정을 준수하고, 현대글로비스의 디자인 요청에 따른 근무복을 맞춰 입도록 했다.

또 직원 채용에서도 현대글로비스와 반드시 사전에 협의하고 A사 직원에 대한 징계권을 갖는 것으로 명시했다.
반면 직원들의 불친절 서비스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중소기업이 지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계약에 서명만 하고, 모든 책임은 배송업체에서 지는 구조였다”며 “배송 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에는 숙련된 배송·설치 기사 상당수를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로 흡수하는 ‘인력 빼가기’가 이뤄져 일감과 인력이 부족한 배송 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방식이 기업간거래(B2B)에서 기업 소비자간거래(B2C)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배송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문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