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사우드 궁 영빈관에서 무그린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제1왕세제(오른쪽)를 접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연합뉴스

 중동4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사우디 왕실 핵심인사들을 모두 면담하고 '라피끄'(아랍어로 동반자라는 뜻) 외교의 틀을 다졌다.

박 대통령의 공항영접 행사에는 사우디 왕실 서열 1∼3위 인사가 모두 나왔다.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신임 국왕과 무크린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 무함마드 빈나이프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제2왕위계승자가 박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살만 국왕 즉위 이후 비중동국가 원수 중에선 첫 방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살만 국왕과 같은 차를 타고 가면서 환담을 했고, 오찬을 함께 한 뒤 정상회담에 임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라피끄'로 표현했다.

이에 살만 국왕은 "사우디는 사막이고, 유목국가였기 때문에 긴 시간 사막을 여행하려면 친구가 되지 않으면 같이 갈 수 없다. 호혜적 이익을 향유하는 동반자가 되자"며 "한국 회사가 사우디에 진출해있는 동안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차기 왕위 계승자인 무크린 왕세제, 차차기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제2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연쇄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경제기획,상공, 노동, 국무부 장관 등 왕실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중동 4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현지시간) 두 번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영접을 받고 있다./리야드=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사우디 왕실 인사들은 한국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산업다변화 정책 등 '제2중동붐'을 타고 한국과 협력할 분야가 확대된데다 사우디 젊은이들도 한국을 성공모델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크린 왕세제는 "이렇게 직접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양국관계는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아주 많다"면서 "우리는 사우디 국가건설과 개발 과정에 한국의 노력을 잘 알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델 파케이 노동장관은 "한국의 직업훈련연구원을 유치해 근로자, 젊은 층에게 좋은 교육훈련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며 민간차원의 사내직업훈련 프로그램, 국민 적성평가 및 자질검사 관련 기술의 전수를 요청했다.

알 라비아 상공부 장관은 "한국기업이 사우디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도와줄테니 활발한 투자를 해달라"고 희망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양국투자 리스트를 교환하고 공동진출할 수 있는 지역과 분야의 리스트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스마트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국수출과 기술개발도 가능하고, 태양광 분야도 긴밀히 협력하자"고 언급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사우드 궁 영빈관에서 무함마드 빈 나이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제2왕세제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여성 통역사는 전통복장인 아바야를 입고 박대통령을 수행했다. /리야드=연합뉴스

그러자 무크린 왕세제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ASAP)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자는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잡도록 하자"며 양국 협의사항 이행을 위한 전문가 상호교환을 제안했다.

무함마드 제2부총리도 "이렇게 따로 만날 자리를 갖게 돼 기쁘다"며 "한국인은 사우디 국가건설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무부 건물도 한국기업이 건설했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건설부문 못지 않게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발전시키라'는 살만 국왕의 특별지시가 있었다"고 소개했고, 박 대통령과 무함마드 부총리는 치안 및 사이버보안, 방산 분야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상위하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사우디 왕정국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왕실인사들과의 폭넓은 신뢰관계 구축은 양국관계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리야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