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안받는점 알고 ‘수법 공유’
작년 도내서 400여곳 행정처분


술·약물 등 유해환경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의 업주 등은 청소년을 출입시키면 안되지만, 일부 청소년들이 이 같은 보호책을 ‘공짜술’을 먹는 꼼수로 악용해, 영세 소상공인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행정심판 청구도 늘고 있는 추세여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처벌에서 제외되는 청소년들은 이 같은 수법을 ‘공유’하며 죄책감 없이 범죄 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도 속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부천시 원미구에서 콩나물 국밥집을 운영하는 신선규(가명)씨는 지난해말 아들뻘 되는 아이들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신씨는 저녁시간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 3명을 받았다. 이들은 나중에 일행 두명이 들어오자 “오늘 밥값은 형이 내세요”, “어! 형도 왔네요”라며 자연스레 합석했다.

신씨는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4명은 성인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형’으로 지칭했던 A군만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지만, 서로 호칭하는 관계를 보고 의심없이 술을 내주었다.

하지만 취기가 오르자, 이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최고 연장자 행세를 하며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던 A군이 사실은 가장 막내인 미성년자였던 것이다. A군은 “나는 미성년자다, 음식값을 못 내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소란 끝에 경찰을 불렀지만 A군은 훈방 조치됐고, 신씨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화성시 동탄에서 막창가게를 운영하는 장규원(가명)씨도 얼마전 청소년들의 ‘꼼수’에 걸려 곤욕을 치렀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3명이 술을 먹고는 돈을 내지 않은 채 도망쳤고, 신씨는 추격 끝에 이들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황당한 일은 이때 벌어졌다.

이들은 신분증을 위·변조해서 들고 다닌 청소년들로 확인돼, 결국 신씨는 4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무려 400여 곳에 달한다.

청소년들이 서로 짜고 업소에서 술을 마신 뒤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도내 식품접객업소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행정심판 등 이의신청을 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행정기관 역시 이들의 억울함을 이해하지만, 법률상 감경 정도의 처리만 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권익위원회 제도개선 과제 산정을 통해 영세업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규·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