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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서 숙식 해결하며 6개월…한국판 '터미널'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을 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버티며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 '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으로,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인천공항에서 '한국판 터미널'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인천공항과 인천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A씨가 지난 2013년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틀간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한국까지 온 A씨는 한국의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A씨는 내전이 벌어진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도망쳐 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 당국은 A씨의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입국을 불허,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귀국하면 곧바로 구속될 처지였던 A씨는 고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하고 환승구역 내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버티기 시작했다. 열악한 송환 대기실에서 A씨는 햄버거와 콜라 등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출입국 당국과의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가까스로 변호사를 선임한 A씨는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을 내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결국 지난해 4월 인천지법은 A씨를 대기실에 수용하고 있는 것이 법적 근거없는 위법한 일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겨우 송환 대기실에서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됐지만, A씨는 여전히 입국이 거부된 상태였다. A씨는 그때부터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며 입국 허가가 나기를 기다렸고, 20여일 후 출입국 관리 당국은 A씨의 입국을 허가했다.
입국 후 A씨는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소송을 계속했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가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도록 한 출입국관리 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당국은 상고를 포기했고,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 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하고 마지막 싸움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