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평균 280일이 넘는 사격훈련
오발탄에 50명 이상 목숨 잃어
입증자료 없어 피해호소도 못해


영평사격장을 비롯 포천 일대의 군 사격훈련장 주변 마을들은 소음과 진동 등으로 황폐화 되고 있다.

지상과 공중에서 날아오는 포탄과 탄환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주민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음으로 가축이 죽거나 유산되는 등 피해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포탄 진동으로 주택과 건물들이 붕괴되고 있고 방치된 포탄에서 흘러나온 녹물로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오염됐다.

영평사격장 주변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50명 이상이 오발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주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 입증을 하지 못할 경우 군 당국으로부터 사고사나 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소음으로 인한 주민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연 평균 280일이 넘는 사격훈련으로 상당수 주민들은 난청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헬기, 탱크, 소총 사격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 인간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의 고통이 따른다.

실제로 최근 포천시가 경기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사격장 주변 소음측정 결과 사격장 반경 2㎞ 이내 측정지점 8곳 중 5곳에서 가축이 죽거나 유산할 수도 있는 소음기준치 60㏈을 초과했다.

또 진동 측정에서도 기준치(55㏈(V))의 약 2배에 달하는 109.9㏈(V)의 수치가 나오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주민들의 고통은 측정치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음으로 가축이 유산하고 상당수 주택과 건물은 심각한 균열로 붕괴 위험에 놓여 있다. 폭발음과 진동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물론 헬기 저공비행으로 지붕이 날아가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격장 인근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양모(60)씨는 “최근 새끼를 가진 소의 3분의 1이 유산했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 자료가 없어 어디에도 피해 사실을 호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축산이 생업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준·최재훈·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