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콜레라가 김포로 확산되고 인수(人獸) 전염병인 브루셀라병이 최초로 사람에게 발병하는 등 '가축전염병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27개 시·군이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된 가축방역관(수의사)을 임용하지 않는 등 방역행정에 허점을 드러냈다.

23일 농림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농림부는 1961년 제정된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통해 수의사를 가축방역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축산농가를 담당하는 수의사가 제1·2종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행정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상당수 수의사들이 축산농가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신고를 꺼리는 것을 방지하고 질병동향 분석을 통해 전염병 예방시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수의사를 가축방역관으로 배치한 시·군은 성남, 의정부, 부천, 안성 등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27개 시·군은 가축방역관 임용을 꺼리고 있다.

지난 2000년 구제역 파동을 일으켰던 파주, 화성, 오산, 평택, 용인, 고양, 포천, 광주, 김포 등 14개 시·군은 당시 대외 수출길이 막히면서 가축전염병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일자 서둘러 수의사를 가축방역관으로 임용하기 위해 '기구 및 정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수의사 정원을 증원했지만 현재까지 임용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주, 화성, 평택 등 9개 시·군은 또다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하면서 농림부가 가축방역관 임용을 독려하고 나서자 오는 26일 가축방역관 공모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콜레라가 최초 발생한 강화군은 구조조정으로 가축방역관은 물론 축산직렬 공무원 자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