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건 → 12건으로 감소
개선책 있어도 강제력 無
손님들 잇단 불편제기에
매장 다시 자율방식 판매
경기도 내에서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295건이었던 번개탄 이용 자살은 1년 만에 488건으로 증가(한국통계진흥원)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살 수단 중 번개탄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9.2%에서 14.5%로 5.3%포인트 늘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5년 16건(0.6%)과 비교하면, 번개탄 판매를 담배처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이 왜 필요한지 설명된다.
지난 2011년 정부는 그라목손 등 맹독성 농약 11종의 유통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실제 농약 중독으로 인한 자살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졌다. 경기도의 경우 2011년 10.9%, 2012년 10.6%, 2013년 7.5%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자살수단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2013년 자살수단으로서의 농약 중독은 줄어든 반면, 번개탄은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살수단의 통제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반영돼 자살수단으로 번개탄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정신건강상담이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 번개탄 판매개선 효과? ‘있다’
= 홍콩은 한 유명 연예인이 숯(charcoal)을 이용해 자살한 이후 동조자살(copycat suicide)이 잇따르자 지난 2006년 7월 1일부터 1년간 판매개선 캠페인에 나섰다. 툰먼(屯門)지역 41개 마트 진열대에서 숯을 숨겨 놓거나 잠금장치가 달린 전용 케이스 안에 따로 보관하며 판매한 것이다.
숯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직원에게 일일이 문의를 해야 했고, 전화번호까지 남겨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툰먼지역에서 숯을 이용한 자살건수가 캠페인 시행 전 6개월 동안에는 26건이었는데, 시행 후 6개월간 12건으로 절반 이상(53.8%) 급감한 것이다.
반면 캠페인을 실시하지 않은 인근 위안랑(元朗) 지역의 숯을 이용한 자살 건수는 같은 기간 23건에서 25건으로 2건(8.7%) 증가했다. ┃그래픽참조
이 같은 성과가 논문 등을 통해 알려지자 대만으로 판매개선 캠페인이 확산됐다.
= 하지만 캠페인에 동참했던 홍콩 툰먼 지역내 상당수 마트들은 현재 기존의 자율 판매방식으로 되돌린 상황이다. 캠핑 등 순수한 의도로 숯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불편함을 제기하고 매장 매출에도 영향을 줘 강제성이 없는 판매개선 캠페인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는 향남지역 가게들도 캠페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고객이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다시 공개 진열, 자율판매로의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캠페인이라도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백은아 경기도자살예방센터 팀장은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이 정책으로도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