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순방 설명·국회 협조 당부
문 “국민들 먹고 살기 힘들다…
정부 정책 공약 파기” 공세 펼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7일 청와대 회동은 시작부터 ‘살얼음판’ 분위기가 연출됐다.
회담 모두에서 박 대통령이 문 대표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중동순방 성과 설명과 함께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지만, 문 대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작심한 듯 날 선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맞붙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2년3개월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여서 관심을 모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신이 구상하는 경제 활성화와 각종 개혁과제 완수를 위해 여의도 정치권, 특히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박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위해 경제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이는 문 대표가 이날 회동에서 원만하게 대화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문 대표가 초반부터 박 대통령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문 대표님 취임 이후에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이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넨 뒤 “오늘 이렇게 여야 대표를 모셔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이 자리는 지난번에 있었던 중동순방 결과를 설명해 드리고, 국회에 여러 가지 협조를 부탁드리고 두 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중동순방 성과를 설명하고서 정치권의 협력을 요청한 뒤 “편안하게 순방결과 설명을 들어주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요청과 당부에 이어 문 대표는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당이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화답’은 여기까지였다. 문 대표는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 국민이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 ‘총체적 위기’로 규정했다. 문 대표는 또 전·월세금 폭등을 거론하며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문 대표의 발언 수위가 예상외로 세게 나오자 박 대통령은 간간이 문 대표의 얼굴을 쳐다보며 메모를 하기도 했다.
회담 기류가 이처럼 싸늘해지자 마지막으로 모두발언을 한 새누리당 김 대표가 그나마 분위기 완화를 시도했다.
김 대표는 “오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문 대표는 이전에 민정수석을 하면서 4년이나 청와대에 계셨는데 국정의 넓고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 못한 개혁이 있으면 같이 완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길 바란다”며 “이번 좋은 만남을 통해 상생 정치를 이뤄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은 애초 예상했던 1시간을 넘겨 1시간40∼50분 정도 진행됐고, 청와대에선 이병기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여야에선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 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
/정의종·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