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 6개월 만에 한발 후퇴했다. 교육부가 ‘학교 방과후 교실’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결국 껍데기만 남은 법이 됐다. 처음 이 법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터져 나왔던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참으로 한심한 정부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즉 선행학습금지법은 학교 내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에서 해당 학년의 과정을 넘어선 교과 내용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애초 선행학습 금지를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게 도입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은 줄곧 반교육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선행학습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일관성 있는 규제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방과후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정규수업 외의 수업에서도 금지된 선행학습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설상가상 이 법 때문에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자식의 능력이 떨어져 학교 수업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더 어려운 과정을 미리 가르치려는 우리나라 극성스런 학부모들의 빗나간 의식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망국병’이라고 할 정도로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특히 자녀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난히 이해력이 높은 학생들에 대해 법으로 다음 단계 학습을 막는 것 역시 명백한 학습권 침해다. 전 세계적으로 법으로 선행을 금지하는 나라가 또 있을지 어처구니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불과 6개월 전에는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해놓고, 이제 허용한다고 하니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선행학습 문제는 대학 입시부터 취업까지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사회적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손질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없다. 오히려 이번 교육부의 결정이 사교육 업체의 규제만 풀어주지 않을까 또 걱정이 앞선다. 이럴 바엔 지금으로선 이 법을 완전 폐지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