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을 올린 뒤 매출이 떨어질까봐 판촉행사를 하면서 그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긴 업체가 법원 판결에 따라 점주들에게 손해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8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치킨가게 BBQ 가맹점주 강모씨 등 13명이 가맹본사인 제너시스BBQ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각각 150만∼400만원씩 총 3천74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BBQ는 2005년 5월 치킨의 튀김기름을 대두경화유에서 올리브유로 바꿨다. 이에 따라 치킨 한 마리당 차지하는 튀김유의 원가가 205원에서 1천475원으로 약 1천270원 올랐다. BBQ는 치킨 가격을 1만1천원에서 1만3천원으로 2천원이나 올렸다.

회사 측은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후 8개월여 동안 13차례의 홍보·판촉행사를 벌였다.

그러면서 판촉물인 초콜릿, 잡지, 콘서트 응모권, 돗자리, 우산 등의 구입비용 중 일부인 6억여원 정도를 지원하고 나머지 60억여원은 전국의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시켰다. 이에 따라 강씨 등은 각각 300만∼600만원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판촉물 구입비로 썼다.

애초 가맹계약서에 따르면 판매증진을 위한 판촉행사는 그 비용 분담 기준을 가맹점주들에게 미리 알리거나 가맹점주들의 자율적인 참가 신청·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BBQ 측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회사 측이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한 판촉물 일부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어서 고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는 2008년 4월 제너시스BBQ의 이런 가맹사업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강씨 등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회사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판촉물 구입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물론, 판촉물 공급을 통해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회사가 점주들에게 각각 200만∼500만원씩 물어주라고 명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결 취지를 대부분 인용하면서도 "이 판촉행사로 원고들에게 유·무형의 이익이 있었음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회사 측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해 배상액을 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