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성희롱 10건 중 8건은 회식 또는 야유회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인천여성가족재단이 인천 공공기관 종사자 500명을 상대로 최근 1~2년간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와 성희롱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 168명(33.6%)이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 발생 장소로는 회식 또는 야유회 장소가 80.4%로 가장 높았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접촉보다는 언어 성폭력 사례가 많았다. 성희롱 유형을 보면 ‘외모에 대한 성(性)적 비유나 평가 행위’(20.4%), ‘음란한 농담’(19.4%), ‘회식 중 술을 따르게 하는 행위’(18.8%),‘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내용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9%), ‘신체적 접촉’(7.8%) 등의 순이었다.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10명 중 7명은 농담으로 넘기거나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유경험자의 대처방법으로는 ‘웃거나 농담으로 넘긴다’(36.9%)가 가장 많았고 ‘참고 아무 말 안 한다’(31.5%)가 뒤를 이었다. 피해 여성 대다수는 ‘분위기를 깰까봐(40.9%) 대처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인천의 모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던 계약직 직원 박세화(53·가명)씨 역시 회식 자리에서 과장이 자신의 얼굴과 가슴을 박씨의 얼굴에 문질러 인천여성노동자회 상담을 받기도 했다.

수치심에 인권위에 제소할 생각도 했지만 혼자 끙끙 앓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인천여성가족재단 박순주 부연구위원은 “피해자 168명 중 인권위, 고용부 등 관련 기관에 적극 신고해 시정을 요구한 사람이 8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보통 회식 자리나 야유회처럼 편한 분위기에서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고자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데, 적극적 대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