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이렇게 잡히고 보니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 45분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한 도로에서 신호위반을 한 1t 화물차가 경찰에 단속됐다. 차에서 내린 건 남루한 옷차림의 외국인이었다.

경찰 조회에도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이 운전자는 뒤늦게 자신을 불법체류자라고 밝힌 몽골인 B씨(50)였다. 그는 지난 13년 전인 지난 2002년 중국을 통해 밀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밀입국 이후 B씨는 철저히 신분을 숨겨왔다.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피하고자 직장을 구할 때마다 매번 가명을 썼으며, 피시방 등 경찰의 불심검문이 있을 만한 곳은 절대 가지 않는 등 철저히 신분을 감췄다.

13년간 이어진 B씨의 도피는 한 번의 신호위반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히려 잡힌 것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그는 한국생활이 몽골 생활보다 훨씬 힘들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고교 수학교사를 했던 B씨는 밀입국 이후 일용직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불법 체류자 단속은 계속되면서 B씨는 월세방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귀국도 못하던 B씨는 결국 신호위반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을 당할 수 밖에 없게됐다.

한편 수원중부경찰서는 1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