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단서 제약조건 부각 안돼 신청 ‘기대 이하’
금융위 “주택저당증권 발행 부담… 3차는 없다”
역대 정부마다 경제위기 탈출이나 경기부양책 단골 정책이 공적자금 투입이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활성화정책 일환으로 서민들의 가계빚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한 ‘안심전환대출’ 카드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에 고무된 정부 경제부처들이 ‘기회는 이때다’ 싶을 정도로 추가 자금까지 연이어 방출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선착순으로 풀기 시작한 안심전환대출 자금 20조원이 불과 4일 만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취급대상 제1금융권인 16개 시중은행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해 일부 직장인들은 월차를 내고 은행 문이 열리기도 전에 대기하면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마치 새벽 인력시장에 일감을 얻기 위해 줄지어 모여드는 일용 근로자들의 모습과 별반 다름없는 진풍경이었다. 이런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책이 제대로 먹혔다’며 사뭇 흐뭇한 미소를 지을 법도 했다.
1차 안심대출은 지난달 27일까지 대출 신청분 18만9천명, 19조8천억원으로 확정돼 풀려나갔다. 미처 선착순 대기행렬에서 번호표를 못 받은 고금리 가계대출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정부에서 추가 자금을 풀어야 한다고 시위 아닌 목마름을 호소했고, 결국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간 추가로 20조원을 더 풀겠다고 나서 제2의 흥행가도를 달렸다. 정책운용 방향도 1차 때와는 달리 선착순이 아닌 대출신청자를 마감 시간까지 받고 평가기준을 정해 이달 15일 확정 발표하겠다고 수정했다. 때마침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코 앞인 마당에 하늘이 내린 호기를 정부와 여당이 놓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야당도 저금리로 갈아타려는 서민들의 갈증을 어떤 명분으로도 발목잡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2차 안심대출 신청결과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5일 오후 3시 최종 집계된 수치는 대출신청자 15만6천명에 대출총액 14조1천억원으로 총액에서 무려 6조원 가량이 남아 돌았다. 2차 안심전환대출 평균액은 9천만원으로, 1차 평균액 1억500만원보다 1천500만원 적었다.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의 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으로 바꿔 주는게 안심전환대출의 골자다. 대출 시점이 1년이 경과 해야 되고, 6개월내 이자연체가 없어야 하며 원금상환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 제약조건은 부각되지 않았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금 또한 오로지 저금리로 갈아탄다는 단순 논리 늪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도 기존 주택담보 대출보다 이율을 추가로 더 내린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와 비교해 부담이자가 불과 0.1~0.3% 차이 밖에 안나 매월 원금상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가계부채 대출자들에게 또다시 혼선을 주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 배정 형평성도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제1금융권보다 더 비싼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서민들인 제2금융권 대출자들이나, 연체없이 원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 나가고 있는 성실 대출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3차 대출은 없다’고 못 박았다. 주택금융공사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이미 추가 20조원을 다 사용할 때를 대비한 로드맵을 짜놓은 마당에 남은 6조원이라도 제2금융권 취약서민 대출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용기는 왜 없는 것이지 묻고 싶다.
/김성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