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한잔쯤이야…’.
지난달 30일 화물차 운전자 안모(56)씨는 아침에 동료들과 반주로 소주 반병 가량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서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안씨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67% 상태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지난달 12일 오후 2시 38분께, 호매실 IC로 진입하던 화물차 운전자 주모(63)씨도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주씨 역시 점심에 반주로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124%의 만취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았던 것이다. 단속이 없었다면 주씨는 고속도로에 진입, 자칫 대형사고를 일으킬 뻔했다.
최근 들어 음주운전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많은 운전자가 아침·점심시간에는 단속이 없다고 인식해 태연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탓이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도내 음주 단속 건수는 1천828건이나 된다. 운 좋게 단속을 피해간 얌체 음주족들을 합치면 대낮 음주운전은 수천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낮 음주운전을 하다가 인명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 도내 낮술 운전으로 인한 사상자는 552명으로 집계됐다.
또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 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 낮 시간대 사고가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대낮 음주를 근절키 위해 오전·오후 시간대 음주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수원서부경찰서의 경우 지난달 들어 매일 관내 주요 도로 한 곳씩을 정해 음주 단속을 하고 있으며, 벌써 8건이나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마 대낮에 단속이 있겠어?’라며 점심시간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낮이든, 밤이든 술을 입에 댄 순간부터는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들어 낮 시간대 여성 운전자들의 음주 적발 건수가 늘고 있다”며 “여성운전자들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점심 모임이 잦은 여성들이 반주한 뒤 단속이 없을 줄 알고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대를 잡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