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첫 ‘무폴(無pole sign) 주유소’인 서울 강서주유소가 석연치 않은 유사석유 판정과 세무조사로 폐업(경인일보 3월 23일자 1·3면 보도)한 것과 관련, 당시 세무당국이 이른바 ‘기획 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주유소가 서울 영등포구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직접 나선 데다, 부가가치세 조사를 벌이면서 부가세 과세기간이 아닌 기간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 강서주유소 사장 박모(52)씨의 또 다른 사업장인 부천 럭키주유소는 유사석유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세무당국이 과세 근거로 삼은 ①정유사 출하전표의 부재 ②제3 딜러와의 거래 ③현물대리점 저장소 미이용 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8일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통지서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09년 8월26일부터 10월21일까지 40일간 강서주유소의 유통과정 추적조사를 벌였다. 주요 조사대상 세목은 부가가치세다.

강서주유소가 유사석유 판매업소로 판정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지 18일 만인데,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유사석유 판매업소 정보를 제공받는 동작세무서가 아닌 조사4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조사4국은 대기업 비자금·탈세 혐의를 주로 다뤄 국세청 내에서도 특수 조직으로 불린다.

이후 조사4국은 같은 해 10월15일 1차 조사기간 연장(~2009년 12월 3일)을 시작으로 모두 3차례 기간을 연장하는 등 5개월 이상 조사를 벌였다. 부천 럭키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의 세무조사 역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됐다.

주유소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고 매입·매출이 이뤄지는 시점마다 포스(POS)시스템으로 관리돼 하루면 세무조사가 충분하다는 게 전국자영주유소연합회 측의 설명이지만, 일개 ‘동네 주유소’를 상대로 무려 156일간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세무조사 통지서에 명시된 조사대상 기간이 2009년 1월1일부터 2009년 7월31일까지라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6개월을 과세기간으로 신고·납부하게 돼 있어 조사 대상기간은 제1기인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가 돼야 하지만 7월 한 달이 더 포함된 것이다.

결국 강서주유소와 럭키주유소에 모두 64억5천243만4천190원의 부가세가 과세됐다.

강서주유소 사장 박씨는 “강도 높은 조사에도 탈세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는데, 탈세를 하지 않은 사업자가 부가세를 미신고 하겠느냐”며 “이해할 수 없는 세무조사가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관계자는 “강서주유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조사계획을 세운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국세청 관계자는 “개별과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규·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