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설립(1992년)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매립 연장 여부를 놓고 환경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4자협의체가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와 지역주민협의체의 비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송재용 전 사장은 “음해와 감사, 사법기관의 수사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지난달 16일 사퇴(경인일보 3월16일자 1면보도) 했고, 신임 사장 공개모집에 대해 노조는 “사장 공개모집은 요식 행위일 뿐 관피아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내홍을 예고하고 있다.

SL공사 중견 간부는 “23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요즘처럼 힘들고 부담스러운 적이 없었다”며 “매립 연장 문제만 해도 공사의 존립 여부가 달린 문제인데 경찰 압수수색에다 사장마저 공석이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방선거 직후 송 전 사장에 대한 감사와 수사도 그렇고, 공사노조가 수도권매립지 인천시 이관을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이 석연치 않다”며 “매립지 이관이 인천시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공사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신임 사장 선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 이재현(55) 전 기획조정실장이 사실상 SL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공개모집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9일 기획조정실장에 백규석 전 환경정책실장, 환경정책실장에 이정섭씨 등 실장급 2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냈다. 이재현 실장에 대한 추가 인사 발령이 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L공사노조는 “인천시가 ‘오는 7∼8월에는 공사의 인천시 이관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인천시 동의가 없으면 새로 선임되는 사장은 임기 2~3개월 만에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막말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줄서기가 아닌 국민의 환경안전권 보호 등 국가적 난제 해결의 소임을 다할 합당한 자격을 갖춘 인재 선임과 인천시 이관문제 백지화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