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정황을 적은 메모가 발견됨에 따라 메모 속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지가 관심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따르면 전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달러를 건넸고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한 내용이 메모로 확인된 셈이다.

성 전 회장이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수사 착수가 가능한 지 가늠하기 위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공소시효다.

법조계에서는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실장 등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정치자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 경선을 전후한 시점에 건네진 금품인 만큼 이를 불법정치자금으로 본다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2006∼2007년에 이뤄진 일이면 시효가 이미지났다.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달라진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2006년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면 당시 기준으로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아직 시효가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말대로 김기춘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 돈을 건넸고, 여기에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내년 6월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기소할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다만 금품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이 관련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녹취록과 메모만으로 당사자들을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대가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이를 입증할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기소까지는 힘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