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한국농어촌공사 땅이 경기도 내 시·군과 서울시, 공공기관들에 의해 무단 점유된 사실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땅들은 수십년 전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시절부터 도로나 상하수도 관로 개설공사에 남몰래 이용돼왔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이를 확인하고도 보상받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력이 소모되는 데다 해당 기관의 눈치까지 봐야 하니 오죽하겠는가.

공공기관 사이에도 엄연히 갑과 을은 존재한다. 주로 위·수탁사업을 발주하는 지자체가 갑이고, 이를 수주해야 하는 농어촌공사가 을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을의 반란’이 시작됐다. 농어촌공사 화성·수원지사가 도화선이 됐다. 장성원 지사장과 구길모 농지은행부장 등 4명이 주축이 됐다. 총대는 지난해 1월 부임한 장성원 지사장이 멨다. 장 지사장은 지사 관할구역 내 보상받지 못한 농업기반시설부지(미불용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농지은행부와 수자원관리부 소속 직원 3명이 이를 지원했다. 이들은 우선 창고에 방치돼 묵혀있던 자산목록을 꺼내 들었고, 위성사진과 지적도를 꼼꼼히 살폈다.

이를 통해 무단 점유 사실이 의심되면 현장을 나가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전수조사과정은 꼬박 1년이 걸렸다. 때론 월연차 없이 휴일까지 나와 일에 매달렸다.

이런 노력에 82필지 3만1천581㎡의 미불용지를 찾아냈다. 공시지가만으로도 105억1천351만원에 해당한다.

곧 바로 해당 지자체에 2~3차례에 걸쳐 보상을 청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반응은 시원찮았다. ‘예산이 부족하다’, ‘법대로 하라’ 등의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선언하고 소송을 내거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같은 처지의 기관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심정으로 공사 소수정예 직원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자기얼굴에 침뱉기 격이다.

/김연태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