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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항에서 중국 웨이하이로 가는 국제여객선의 엔진실 입구. 일반인이 접근해도 제지하는 선원조차 없다. /강영훈기자 |
테러상황을 가상한 시나리오지만,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난 9일 오후 8시께 평택항에서 중국 웨이하이로 가는 A해운사의 국제여객선에 탑승한 뒤 곧바로 4층 복도를 따라 선미로 갔다. 레스토랑 옆 문을 통해 갑판으로 나가면 화물이 있는 C데크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승객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지만, 그 누구의 제지도 없었으며 흔한 '관계자외 출입금지', '제한구역' 등의 팻말도 없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컨테이너 등 육중한 화물을 싣는 '쿵쾅쿵쾅'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C데크라고 쓰인 문을 열자 거대한 컨테이너가 눈앞에 나타났다. 근로자들은 화물을 쇠사슬로 고정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출입문 개방 여부는 관심도 없는 듯 했다.
'E/G RM'이라고 각종 기계 설비가 보였다. 배 운항의 핵심인 엔진룸으로, 안에 들어가자 아래로 또다른 계단이 마련돼 있었으며 선원은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배가 공해상에 진입한 10일 오전 3시(한국시간)께 재차 엔진룸과 화물칸을 확인했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다만 화물칸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출항 전에는 없던 경보장치로 보이는 설비가 설치돼 있었지만, 문에는 어떤 잠금장치도 없어 자연스레 열렸다.
취재내용을 접한 한 선사 관계자는 "화물칸은 따이공들의 연애 장소로 활용될 만큼 출입이 자유롭다"며 "평택 5개 해운사 배에서나 가능한 일로 모두 보안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제한구역들은 보안이 더 허술했다. 갑판에는 수십m 마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들이 있었지만, 승객 누구나 문을 열 수 있었다. 선장실이 보이는 6층 갑판, 발전기가 있는 'ELEC RM' 문에는 페인트 칠이 다 벗겨져 황갈색으로 녹슨 자물쇠가 풀린 채 방치됐고, 바로 옆에는 또다른 'E/G RM'이 노출돼 있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엔진실이나 화물칸 등 주요 시설로 가는 통로나 계단은 별도로 만들어 승객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평택해수청 관계자는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테러 등에 대비, 핵심시설의 승객 접근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A해운사 관계자는 "비상시 승객과 선원들의 탈출로가 될 수 있는 곳을 보안상의 이유로 전부 제한할 수는 없어 부득이하게 개방했다"며 "CCTV 추가 설치 등을 검토하고 당직 근무자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해명했다.
중국 웨이하이/민웅기·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