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의 심정은 여전히 참담하다. “대한민국이 침몰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역사에 가장 뼈아픈 사고로 기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년전 우리는 이 사고를 접하면서 충격이 너무 컸기에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4년 4월16일 이전,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부정 부패, 무사안일, 안전불감증 등 세월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모든 불편한 것들은 사라지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4월’이 주는 충격과 슬픔은 여전하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진실도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장치 역시 그 이전과 달라진게 없다.

1년전 국민들은 진도 앞바다에서 꽃다운 학생들을 비롯해 304명이 타고 있는 줄 모른채 세월호가 침몰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다. 불과 몇 시간후 그 모습이 6·25 전쟁에 버금가는 대참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받았던 충격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분노·수치로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세월호 1년, 아직도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그 차가운 팽목항 앞 바다 속에는 여전히 실종자들이 잠들어 있다. 그럼에도 살아 남아 있는 자들은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구 규모와 예산, 구성 면면을 놓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유족들의 상처와 생존자들의 고통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여전히 진행중인 작금의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세월호 인양을 두고 벌어진 불협화음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러다가 인양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일부 시신이 유실될 경우 또 어떤 갈등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불안하다. 이는 세월호 1년이 됐음에도 아무것도 변한게 없음을, 그 무엇도 치유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은 시행령을 둘러싸고 정부와 유가족의 의견이 맞질 않아 지금도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답답하고 통탄할 노릇이다. 세월호의 비극 앞에서는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똑같이 감당해야 할 아픔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월호 침몰을 그래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슬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이 문제였고, 누구의 잘못이며, 누가 진상규명을 막는지 명명백백 밝혀 304명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이제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