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일부 야당 인사들도 연루됐다는 설이 나돌자 여권 핵심부가 연루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 작전"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예상했던 '악재'가 터졌다며 술렁이는 모습도 보였다.

야당과 관련된 의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불법 자금을 건넨 대상에 야권 인사가 7~8명 포함됐다는 것으로,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지금까지 대여공세에 치중해온 야당으로선 '부메랑'을 맞는 셈이 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의혹을 '물타기', '정권의 꼼수'라고 규정하며 발끈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의 치고빠지기식 언론플레이가 또 시작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야당도 있다더라'는 '카더라'식 기사를 흘리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하며,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검찰 수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현정권 실세들에 집중돼야 한다. 정권은 얄팍한 꼼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든 야든 (수사에) 성역은 없다"면서도 "소위 말하는 물타기 작전으로, (정부나 여당이) 맞불작전으로 자신들의 허물을 덮으려고 한다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 마당발로 통했다는 점에서 연루설이 사실로 판명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무 것도 속단하기 어렵다"며 "합법적인 후원금인지, (불법적인 뭉텅이 돈이) 막 간 것인지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성완종 장부'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소문이 도는 인사들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원들은 공개 장소에서 해명하는 것은 물론, 보좌관들도 총동원돼 "일절 관련이 없다"고 주위에 호소하는 등 자신의 무관함과 결백을 밝히고자 애썼다.

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각각 다른 야당 의원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이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채 돌아다니자 일각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특검 요구 시기 등 성완종 파문 대응 세부전략을 아직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번처럼 '검찰발 의혹'이 제기되면 야당은 검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을 즉각 요구했겠지만 당내에선 특검 조기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해서 입장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총리의 사퇴 촉구를 위해 내놓은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제출 시기 등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친박게이트 대책위' 전병헌 위원장은 "이번 주 중으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마저 사퇴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우리 당은 직접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임건의안은 사실상 최후의 카드인 만큼 훨씬 더 신중하게 언급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순방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해임건의안을 만지작거리는 기존의 방식만 유지한다면 공세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