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서신면에서 수 십 년째 조업을 하고 있는 박모(50)씨는 하루하루 시름만 깊어간다.

지난해에는 하루에 60~70kg 정도 주꾸미를 건져 올렸지만 올해는 5kg 잡는 것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선원 2명의 인건비, 20만원 상당의 기름값 등 1회 출항할 때마다 수십만원이 들어간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바다에 나가고 있지만 운영비도 나오지 않아 손해만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꽃게잡이 어민 김모(52)씨도 하루 평균 수확량이 4kg 이하에 그치고 있다. 하루 40~50kg을 수확했던 예년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10분의1로 감소한 것이다.

김씨는 “꽃게잡이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만선 소식이 없다”며 “조업이 끝나면 남는 건 손해와 허무함 뿐 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주꾸미와 꽃게 조업이 시작된 이후 수온이 떨어지는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경인지역 어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19일 경기도와 인천시에 따르면 수산물 수확을 위한 적정 수온은 13~15℃ 이상 돼야 하지만 현재 서해안은 지난 겨울 이상한파 영향이 지속되면서 8~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주꾸미와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주꾸미→꽃게→간재미→광어→놀래미’ 등으로 이어지는 조업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수확량 감소는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kg당 3만원 선에 거래되던 경기남부수협의 주꾸미 경매가는 최근 3만5천원선을 웃도는 등 20% 가까이 상승했다. 2년전(2만5천원선)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매입가는 주꾸미가 kg당 4만원, 꽃게는 4만5천원 선이다. 이모(40·여·수원시 영통동)씨는 “주꾸미와 꽃게는 지난해도 비쌌는데 올해 더 비싸져 먹을 엄두 조차 안 난다”며 “제철 수산물 조차 서민들에겐 갈수록 그림의 떡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 궁평항에서 장사하는 박모(55)씨는 “올해 ‘주꾸미가 금값’이라 현지를 찾아오는 사람도 줄었지만 찾아 온 손님들도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연태·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