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여권의 기류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벌써 정치권 주변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한 당내 개혁 성향의 인사들 이름이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양상이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순방 출국 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연일 새로운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돼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제기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귀국까지 기다리다간 그야말로 ‘만시지탄’이 될 것이라며 조기 사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주말을 거치면서 사퇴여론은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20일 “다들 말을 아껴서 그렇지 이 총리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이 총리도 자신의 명예가 있으니 나름대로 명예로운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여권 내 기류가 이처럼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완종 전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이 총리의 해명과 달리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과 주장이 날마다 나오면서 여권 내에서 이 총리 문제를 계속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차기 총리 하마평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대권주자인 김문수 혁신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김 혁신위원장의 경우, 이완구 총리가 내정되기 전 김무성 대표가 김 위원장을 추천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후보라는 평이다.

특히 8년간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탄탄한 능력을 쌓아 행정 경험이 충분한 데다 3선 의원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차기 대권 주자인 김 위원장에게 조기에 힘을 실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기류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깨끗한 이미지는 있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사퇴해,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와 별도로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힘을 업어야 하는 상황에서 ‘호남총리론’과 함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한덕수 전 무역협회장, 이주영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