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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구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총리실 공무원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향후 국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들어 2년여 동안 무려 5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준비해야 했던 총리실이 또다시 청문회 준비 속에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오전에만 해도 이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귀국 전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묻는 질문에 "거취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 않다"면서 당분간 총리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오후 들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총리실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기로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
이 총리는 특히 이날 오후 평소보다 이른 시각인 오후 5시 퇴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오늘 오후 이 총리가 마음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자정을 전후해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이날 새벽 0시3분 연합뉴스 속보를 통해 이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총리실은 0시52분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총리가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침에 사의를 밝힐 줄 알았는데, 심야에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진 건 상당히 뜻밖"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가 갑작스럽게 총리직 사의를 표명한 것은 여권 핵심부에서 '이 총리 자진 사퇴론'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정'인 새누리당에서조차 등을 돌린다면 이 총리 입장에서는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이 총리에게 남은 길은 자진사퇴하는 것 밖에 없다"며 "이 총리가 사퇴 요구를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화하고 나선 해임건의안도 이 총리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23일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조차 해임건의안에 찬성한다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국무총리라는 '치욕'이 남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총리실은 당분간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통제 하에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총리가 주재하는 주요 회의는 국가 서열로 이 총리 다음 순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한다.
총리실 직원들은 이 총리 사의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예의주시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 총리 취임 이후 이제는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는데 또다시 '청문회 준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