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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에서 관계자들이 로비로 출입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15일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지 42년여 만이다. /연합뉴스 |
22일 경남기업과 관계사들의 연결감사보고서, 그리고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스넛비나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빌딩 시행사인 경남비나로부터 챙긴 부당이득이 1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원가의 배가 넘는 시설관리 수수료와 주차장 용역료를 받거나 원가를 부풀려 자재를 납품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또 랜드마크72빌딩내 상가를 거의 무상에 가깝게 임대받기도 했다.
2010년 설립된 체스넛비나는 랜드마크72빌딩이 완공된 뒤 시설관리와 전산용역, 자재납품 등의 업무를 도맡아 왔다.
예컨대 체스넛비나는 연간 시설관리 수수료로 추정원가의 배 수준인 432만 달러를 받았다. 이를 통해 체스넛비나는 매출의 절반을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긴 것으로 추정됐다.
주차장 용역료도 추정 원가 3만6천달러의 배가 넘는 연간 8만4천달러를 받았다.
추정원가가 65만2천680달러에 불과한 자재 등의 구매대행 금액도 연간 93만2천400만달러로 부풀려 매년 27만9천720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월 적정 임대료가 ㎡당 15달러인 랜드마크72의 상가 7개를 0.1달러∼2.46달러에 임대받아 연간 47만달러의 차익을 얻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상가 임대 계약 연수가 4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 임대 계약에 따른 이익은 무려 200억원이 넘는다.
체스넛비나는 이같은 방식으로 연간 533만6천4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절반이 넘는 300만달러가량이 비자금 용도로 축적됐을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용역 등의 계약을 대다수 해지하고 납품 물량을 경남비나로 넘겼다.
동씨는 현지에서 100% 분양에 성공한 랜드마크72의 아파트 12가구를 분양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차명으로 사들인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30평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천만원씩 3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동씨는 현지인 명의로 12가구를 1억원 안팎의 가격에 분양받았다는 것이다.
경남기업의 전·현직 직원들은 랜드마크72 사업은 성공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업이 경남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주범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랜드마크72 사업은 시행사인 경남비나의 지분 100%를 경남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하고 이 회사 지분을 모두 경남기업이 소유하는 형태로 돼 있다. 경남비나-경남인베스트먼트-경남기업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감사보고서상 경남비나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3천439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돼 있다.
연도별 손익을 보면 각각 21억원과 220억원의 순손실을 낸 2007년과 작년을 제외한 나머지 연도에 모두 이익을 올렸다.
특히 아파트 분양이 완료된 2011년에 경남비나는 재무제표상 순이익이 3천억원이 넘지만, 100% 지분을 소유한 모기업인 경남인베스트먼트(서류상 회사)는 지분법평가손익을 합쳐 모두 353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기재됐다.
랜드마크72는 72층짜리 타워 동과 48층짜리 아파트 2개 동으로 10억5천만 달러(1조2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2007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1∼2012년에 걸쳐 완공했다. 아파트 2개동의 922가구는 100% 분양에 성공해 입주를 완료했다. 그러나 백화점과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등의 시설이 들어선 타워 동은 입주나 매각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백화점은 최근 폐점해 다른 임차인을 구하고 있으며 호텔은 아직 오픈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기준 경남비나에는 법인장과 현지 직원 등 모두 219명의 임직원이 소속돼 있다.
경남비나의 이모 법인장은 "4천억원이 넘는 아파트 분양대금 등 이익은 본사로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서 바로 재투자해 나머지 빌딩을 짓는 데 들어갔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도 현지(경남비나)에서 상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