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예술계 인사는 “아파트 미술관도 아닌데 ‘아이파크’가 뭐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수원시의 상징인 화성행궁 광장에 기업 상품명이 포함된 공공미술관이 들어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반면 수원예총은 현대산업개발의 미술관 운영자금 지원을 전제로 아이파크 명칭 수용의사를 밝혔다. 양측이 각을 세우고 있지만, 결국 아이파크 명칭 파문은 기업 기부문화의 현실과 이를 수용하는 공공기관의 자세에 근본적인 의식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의제를 던진 것만은 사실이다.
대기업이 지역개발 이익을 준조세 형식의 채납형태로 환원하는 미술관에 아파트 상품 명칭을 내걸고, 미술과 전혀 관계없는 창업주를 위한 전시공간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원시는 시장의 구두약속을 근거로 수수방관하더니 급기야 조례를 통해 명칭 확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이야 그럴만하다 해도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할 수원시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공공성을 해치는 기부라면 오히려 거부하는 것이 옳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시민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한 시정을 약속한 인물이다. 그런데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주도하고 있다. 왜 그러는지 의아해 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편 취재현장에서 만난 수원시 공무원 상당수도 “아이파크 명칭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의견이 옳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인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하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염 시장이 지금이라도 시민 거버넌스와 행정 거버넌스에 귀를 열면 시민을 의한 시립미술관을 개관할 수 있다. 염 시장의 숙고를 기대한다.
/유은총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