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영평사격장 소음과 오발탄으로 인한 주민 피해에 대해 미군 측이 성명서와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미선이 효순이’ 사건 이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 피해를 경인일보가 보도한 이후 SOFA 합동위원회 미국 측 위원장인 오쇼너시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서한문을 통해 오발탄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미8군과 미2사단도 주민피해에 대한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사격장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2명이 희생된 ‘미선이 효순이’ 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건 당시 미군 측은 미8군 사령관과 미2사단 참모장 등이 나서 공식사과와 함께 보상방안을 내놓으면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미군 측이 공식사과와 대책마련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도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 등은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영평사격장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오발탄 사고 당시 ‘문제해결방안을 검토해 미군 측에 피해방지를 요청하겠다’는 성명만 발표한 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군 측이 사고방지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구체적인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군이 발표한 대책은 주로 서한문 형식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결국 미군 측이 밝힌 서한문을 공식화된 외교문서로 바꿔 효력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협의기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는 미군 측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포천시 역시 60여년 간 주민들이 사격장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전담부서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민방위 팀에서 업무를 병행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평·승진사격장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격장 피해에 대해 집중 보도되면서 미군 측의 대응이 크게 변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도 미온적”이라며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는데 미군이 약속 이행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새누리당 김영우(포천·연천)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 미군 측의 입장을 공식문서화하지 않으면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실천이 안될 수 있다”며 “아울러 주민들의 피해를 전달하고 대책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미군·정부·주민 간 상시 협의체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훈·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