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과 소방관들은 혹시 사람이 떨어질지 몰라 바닥에 안전 매트를 설치한 뒤 3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하지만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집안에서 나는 썩은 냄새가 현관 밖까지 진동했다.
아파트 5층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집에 들어간 구조대원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 쓰레기 더미 옆에는 10대 후반의 두 남매가 옷을 벗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속옷 차림의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의 발목을 줄로 묶어 둔 상태다.
이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구조대원을 바라볼 뿐 움직임이 없었다. 경찰 확인 결과 이들은 오빠(18)와 여동생(16) 사이로 오빠는 어려서부터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출생신고가 늦어 여동생과 같은 2000년 출생으로 돼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불과 2년여 전 까지만 해도 엄마(55)와 두 남매가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빠가 집을 나간 뒤 엄마가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로 근무했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던 아이들의 엄마가 아파트 오물수거비 등 1천9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 2013년 8월 유죄선고를 받으면서 가정에 불행이 시작됐다.
현재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엄마가 집을 비울 때는 “전투기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또 경찰과 구청에 신고된 자살소동과 소란, 아동학대 신고도 수십 건이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때부터 집에 쓰레기를 쌓아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째 관리비를 내지 않았고 쓰레기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심한 악취로 숨을 쉬기 조차 힘든 상태였지만 신고는 하지 않았다.
결국 엄마와 두 남매는 수년 동안 쓰레기더미에서 살아왔다. 경찰로 부터 연락을 받은 관할 구청은 두 남매를 보호 기관에 인계했다.
경찰은 엄마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 중이다.
권선구 관계자는 “사회복지과에서 통합 조사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 중이고, 경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아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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