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훼손 앞장 ‘국제 망신’ 불구
지역습지 철새 서식지 인증나서
환경단체 “이중적인 행태” 비난
인천시가 이중적인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갯벌에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람사르 습지를 확대 등록하겠다고 나섰다.
시는 철새와 함께하는 생태서비스 기반 조성을 위한 ‘철새 및 서식지 보전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29일 밝혔다.
시는 저어새가 번식하는 남동유수지를 내년까지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인천지역 갯벌과 습지를 내년까지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SN)에 등재해 국제적인 철새 서식지로 인증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등 멸종위기종이 찾는 인천 갯벌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탐조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희귀조류 서식지로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송도 갯벌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관통하고, 갯벌 내에 분기점도 생길 계획이다. 송도 갯벌 훼손은 물론 매년 수천 마리씩 갯벌을 찾는 철새가 떠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의 갯벌관통 계획은 인천시가 경제적 이익 등을 이유로 국토부에 직접 요청했다.
환경단체들은 철새 서식지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천시가 다른 한편에서는 인천 습지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고 나서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람사르 습지 안에 도로가 지나는 계획에 대한 습지보전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람사르 습지를 더 등록해 달라거나 철새 서식지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남동유수지는 송도 갯벌보다 보전 가치가 크기 때문에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위스에 본부를 둔 람사르 사무국은 최근 경인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천시장은 람사르 습지(송도 갯벌) 인증서 전달 당시 약속했던 습지보전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을 비난했다.
/박경호·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