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걸림돌·타지역 은행 잇단 진출 ‘산넘어 산’
되돌릴 수 없는 ‘인터넷 뱅크호’ 도민 힘 합쳐야
1998년 6월 29일. 경기도 지방은행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 1967년 인천광역시에서 인천은행으로 출범한 뒤 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면서 상호를 변경한 경기은행은 만 31년만인 98년 한미은행에 흡수합병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퇴출당한 지 17년만인 지난 2월 23일 남경필 도지사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경기 인터넷뱅크(I-Bank·인터넷은행) 설립을 공식 선언하면서 경기도민을 위한 경기도 지방은행 재탄생의 신호탄을 쐈다.
경기 인터넷뱅크 설립은 남 지사의 경기도민은행 설립 공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당초 남 지사는 경기 북부에 경기도민은행 설립 계획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지방은행 인가 난색, 기존 시중은행들의 반대, 은행 설립에 따른 재정부담 등 3가지 악재와 맞물려 인터넷 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때마침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PIN-TECK)산업 활성화 등 최근 정부의 인터넷 뱅크 활성화 로드맵과도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경기 인터넷 뱅크 설립이 골든타임이라고 여긴 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옛 경기은행의 부활을 시도하며 경기도 지방은행 재설립을 통한 경기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경기분도론 등이 끊이지 않는 경기북부 주민들의 균형발전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이 높아지면서 패션 디자인산업 중심지 육성, 통일대비 도로와 철도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성난 민심 달래기용으로도 경기 인터넷뱅크 설립이 설득력이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터넷 뱅크 설립의 걸림돌인 은행법(자본금 1천억원 이상), 금융실명제법(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 금산분리법(비금리 4% 규정) 등 3가지 법률에 대한 완화를 정부가 수용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남 지사는 정면돌파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소득 서민들의 금융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제도권 금융은 여전히 이용이 어렵고, 대부업체는 30%가 넘는 고금리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 사이를 메울 서민금융이 필요하다”며 인터넷 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조만간 경기인터넷 뱅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업무를 전담할 경기신용보증재단 상근이사도 선임했다.
예고없는 돌발변수도 찾아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7일 금융 규제개혁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경기도 영업구역 진출을 허용했다. 현행 법은 지방은행의 경우 해당 연고 지역과 서울 및 세종시, 6대 광역시에만 점포를 낼 수 있었다. 이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전북은행은 곧바로 정관을 바꾸고 급기야 지난달 24일 수원 인계동에 수원지점을 개소하며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경기도에 입성했다. 이러한 발빠른 대응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기업이 많지 않은 호남지역에서만 영업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호남 출신 기업인과 출향 경기도민들을 대상으로 ‘애향심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려는 대구은행이 3일 오는 7월 안산 시화공단에 경기도 첫 지점을 내기로 결정했고, 부산은행도 경기권 금융시장 판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내 산재한 기존 1, 2 금융권들은 경기인터넷 뱅크도 모자라 지방은행까지 경기도에 몰려올 경우 전국 최대 금융격전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기인터넷 뱅크호는 출항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귀항의 명분도 없다. 도지사 한 사람의 의욕만으로는 순항이 어렵다. 경기도민의 애향심이 곧 경쟁력이다.
/김성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