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채원이’ 힘겨운 투병
전국 수소문끝 제대혈 찾아
12일 이식 수술 ‘완쾌 기원’
“딸에게 해주고픈게 많아”


“하나밖에 없는 우리 ‘씽퉁이’, 내년 어린이날에는 꼭 캠핑가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실컷 먹을 거예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급성 백혈병으로 수원 아주대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안채원(3)양은 조혈모세포(제대혈) 이식수술을 위해 소아병동에서 이식병동으로 병실을 옮겼다.

채원이의 어머니 김선미(38)씨에겐 꿈같은 순간이다. 골수이식을 위해 5개월간 골수은행 등을 찾아 헤맨끝에 지난 1월 채원이와 일치하는 제대혈을 찾아 이식수술을 앞두고 병동을 옮긴 ‘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늦게 병동을 옮기기 직전 만난 채원이는 엄마 품에 안겨 눈만 깜빡인채 편안한 모습이다. 채원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뽀로로’인형을 만지작 거리며 이따금씩 웃는 모습이 마치 천사와 같이 맑았다.

채원이는 지난해 8월25일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9개월째 투병중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에 성격이 좋아 ‘씽퉁이’로 불리는 채원이는 늦둥이 막내딸이다.

태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빠’라고 말할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나 부모님은 채원이를 판사로 키우고 싶었다. 채원이 역시 부모님 마음을 아는지 돌잔치에서 판사봉을 잡았고, 걸그룹 EXID 노래가 나오면 음악에 맞춰 작은 몸을 위아래로 들썩이며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기도 했다.

채원이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가족에게는 시련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채원이는 면역체계가 약해 섣불리 항암치료조차 받을 수 없었다. 특히 채원이의 부모는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매일같이 골수은행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골수기증자 15만명 중 단 한명도 채원이와 맞는 골수세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원이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탯줄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수 있도록 전국의 제대혈은행과 센터를 수소문해 찾아 헤맸다. 결국 지난 1월, 채원이 몸에 맞는 조혈모세포를 찾았다.

어머니 김선미씨는 “백혈병은 TV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병인줄 알았는데 확진판정후 몇날동안 눈물만 흘렸어요”라며 “하지만 무조건 살리겠다고 마음먹고, 전국 병원과 센터를 수소문해 다닌 끝에 일치하는 제대혈을 찾고는 채원이가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또 울었어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채원이는 오는 12일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는다. 가족들은 채원이의 완쾌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술이 끝나면 채원이는 3주 동안 조혈모세포가 몸에 잘 정착됐는지 확인한 뒤 면역체계가 안정될 때까지 통원치료를 받게 된다. 면역체계가 안정되면 1년 뒤에는 가족들과 함께 캠핑도 다닐 수 있다.

김선미씨는 “가족들 모두 채원이가 완쾌할 거라고 믿어요. 아직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요”라며 “내년 어린이날에는 꼭 가족들이 함께 캠핑을 떠날 거예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