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탓 주민들에 인기
식약처, 위법 불구 조사 손놔
주변업체 사실상 ‘개점휴업’
“4천500원이면 5첩 반상으로 점심식사 됩니다.”
6일 낮 12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고객센터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건물 외벽에 걸린 ‘한전 구내식당에서 4천500원이면 점심식사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 식당을 찾아 온 시민들이었다.
식사 중이던 황모(62·여)씨는 “공기업 구내식당이라 그런지 반찬이 깔끔해 자주 찾는다”며 “주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는 돈으로 5가지 반찬에 국까지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각 인근 식당가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인근에는 대형 교회와 병원, 농협 등이 있어 점심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장기불황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으면서 식당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당 주인 김모(46)씨는 “재료를 대량주문해 저렴하게 내놓는 구내식당이 외부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건 소상공인들더러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기불황에 손님이 적어 월세를 내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경기도청, 수원시청, 성남시청 등 대형 관공서는 아예 일반음식점이 아니라 집단 급식소로 분류돼 있는 구내식당을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개방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대형기관의 배짱 영업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구내식당 개방은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당장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각 기관에 구내식당 영업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을 뿐 추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구내식당 영업이 위법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구내식당에서 영업을 할 경우 고발조치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과 민원인을 구분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