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씨 등 난민신청자 자녀
인천 다문화 대안학교 입학
일반 초교 주민반대로 못가
한국말 핑계 아이에 거짓말
떳떳한 부모 되고싶어 노력


“한국 아빠처럼 해달라는 것 다 해주지는 못해도 우리 아이에겐 떳떳한 아빠가 될래요.”

지난해 12월 아시아 한 국가에서 목사로 일하던 알리(가명·36)씨는 6개월 동안 고민하던 난민 신청을 결심했다. 바로 ‘아이’ 때문이었다. 알리씨와 그 가족들은 무슬림 국가에서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무슬림 급진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무슬림 급진주의자들은 교회에 한 달에 한 번씩 오물을 버리거나 폭발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루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반정부 단체 행동을 했다고 군인 200명이 학교를 공격하기도 했다. 알리 씨의 생각은 단 하나. 8살짜리 딸 에밀리(가명)가 학교를 다니며 안전한 곳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알리 씨는 국제인권변호사의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머물게 됐다.

그러나 학부모가 되기까지는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다. 에밀리의 영종초등학교 취학을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에밀리의 등교는 무기한 보류됐다.

알리 씨는 “딸에게는 ‘한국어를 더 배워야 들어갈 수 있대’라고 웃으며 거짓말을 했지만 속은 찢어질 듯 아팠다”며 “그 때가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알리 씨를 포함한 4명 학부모의 자녀 8명은 지난 6일 다문화 대안학교인 인천 한누리학교에 입학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 처음 학부모가 된 난민 신청자 알리 씨는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학교 재밌어, 아빠!’라고 말하니 모든 걱정이 기쁨으로 바뀌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한누리학교로 8명의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모두 4명. 이들은 모두 중동, 아프리카 등 4곳에서 종교적, 정치적인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머무르면서 난민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최소 1년에서 길면 3년이 걸리는 데다, 운이 나쁘면 다른 나라로 다시 난민 신청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곳 센터 생활관(거주시설)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도 고작 6개월. 알리 씨와 학부모들은 불안함 속에서도 ‘떳떳한 부모’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일자리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알리 씨는 “이제 학부모가 됐으니 숙제도 도와줘야 하고 번듯한 일자리도 구해야 한다”며 “한국 아빠처럼 모든 걸 해줄 순 없지만 자식들이 하루빨리 한국인과 어울리고 한국생활에 적응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2천400여명. 이중 4~5%만이 받아들여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이상랑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장은 “6·25때 국제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살아남기 어려웠다는 것을 우리가 쉽게 잊고 있다”며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오는 난민이 한국에서 떳떳한 부모, 자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