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명칭 수원최초 시립미술관 사용 부당
‘브랜드 사용 명분’ 현산측 지원 허구로 드러나
염시장-정회장 ‘잘못된 셈법 교정’ 책임져야


가칭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칭논란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이번 주가 고비인 모양이다. 경인일보가 지난해 11월 문제를 제기한 지 달수로 일곱 달 만에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시민단체와 12일 미술관 명칭 문제 재논의를 위한 첫 모임을 갖는다. 연이어 지역 케이블방송 주최로 미술관 명칭에 대한 토론회도 열린다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지역사회의 공식의제로 진지하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충실한 논의를 위해 그동안 경인일보가 제기했던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려야 할 결단을 정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싶다.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명칭을 수원시 최초의 시립미술관에 매다는 것은 부당하다. 시립미술관이 대규모 아파트건설 인허가 대가로 현산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시설이라서다. 준조세 형식의 시설에 채납 의무자의 명칭을 붙이면 국내외에 거의 최초의 사례가 된다. 더구나 미술관 부지는 수원시가 화성행궁 광장의 미관을 위해 500억원의 혈세를 들여 매입한 시민의 재산이다. 500억원 짜리 시민재산을 내주고 300억원 짜리 기부채납 시설을 받으면서 대기업 상품 명칭을 새기고, 미술관 1층 한복판에 현산 설립자를 기려 ‘포니정 갤러리’를 배치한다? 이런 식의 셈이라면 수원시가 미술관을 현산 측에 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립미술관 명칭 결정이 온전히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의 구두약속만으로 결정된 비민주성 또한 부당하다. 수원시는 구두약속도 계약의 일종이라 강변하지만, 민의에 의해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시민 거버넌스를 무시하고 시장님 거버넌스를 앞세운 것은 자치정신의 훼손이다. 지역과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에서 주목했던 부분이다.

아이파크 명칭 사용 명분으로 수원시가 강조했던 현산측의 미술관 지원이 허구로 드러났다. 수원시는 아이파크 명칭이라도 양보해야 현산측에 미술관 운영비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일부 지역 예술단체도 이에 동조했다. 현산측에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하지만 현산은 운영비 지원은 없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정말 우스운 일은 경인일보 취재 결과, 현행법상 수원시는 현산측에 운영비 지원을 요구할 수도 없고, 현산은 수원시에 현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현금 지원을 받으려면 시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으로 인증을 받고, 조례와 법적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먼 훗날의 일이다. 결국 수원시는 500억원 짜리 시민재산을 내주고 300억원 짜리 건물을 받아 공립미술관의 꼴을 갖추기까지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다시 셈을 해보면 수원시민이 현산에 아이파크 미술관을 헌정하는 것이다.

수원시립미술관 사태는 명칭도 틀렸고, 설립과정도 불투명하고, 미술관의 비전도 부재하고, 결정적으로 수원시와 현산이 주고받은 셈도 잘못됐다. 이를 교정할 책임은 처음부터 당사자였던 염태영 시장과 정몽규 회장이 져야 한다.

염 시장은 시립미술관 건립이라는 지역예술계의 열망을 실현했다는 자부를 앞세우기 보다, 어떤 미술관을 남기는 것이 자치 거버넌스에 부합하는 것인지 숙고해 전향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시장은 시민 편이어야 하고, 그래야 시민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고수하는 것이 현대산업개발에 이로운 것인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립아이파크(수원시가 세운 아이파크)’라는 양립불가한 이름으로 알맹이 없는 미술관을 세워놓은들 염 시장과 정 회장에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윤인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