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공기단축 문제로 괴로워하던 하청업체 관계자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분신을 기도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분신을 기도한 공사 관계자는 원청 업체에 대해 ‘갑질 횡포를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5분께 평택시 팽성읍 미군 부대 내 차량정비시설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A사 사장 한모(62)씨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을 기도했다.

한씨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를 말리던 원청업체 B 건설 직원 조모(48)씨도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분신을 기도한 한씨는 B 건설로부터 공사기간 단축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사 측에 6억원 가량의 채무가 있었으며, 계좌를 가압류 당한 상태로 B 건설로부터 계약 해지와 관련한 내용증명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씨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 ‘갑질 횡포가 있었다. 계약금과 실행금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준공예정인 차량정비시설 중 철골 공사를 맡은 A사의 공정률은 90%로, 전체 공정률은 28%에 그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미군 부대 병원 공사를 담당하는 C 물산 현장소장 김모(53)씨가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평택시 팽성읍의 기숙사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가족과 회사 측에 메모지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미안하다. 공기가 늦어진 것은 내 책임이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소장님이 공사기간 지연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동료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평택/김종호·민웅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