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살자’며 경기·강원 두 광역단체간 상생협약이 체결(경인일보 4월21일자 1면 보도)됐지만, 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서로 ‘죽자’는 싸움판이 만들어 지고 있다.

경기도가 살기 위해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이뤄야 한다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상생협약 당사자인 강원도가 선봉에 서서 규제완화 반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규제 완화를 대결구도에서 상생구도로 바꿔보자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광역 연정’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경기도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전국 비수도권 14개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28명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다음달 말까지 대대적인 수도권규제 완화 반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1천만명의 서명을 받아, 규제완화 시도를 중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도의 입장에서는 경기 북부 중첩규제 등 규제의 완화가 필수적인 입장이고, 정부도 수십년 간의 규제 고통이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규제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규제완화 반대 움직임에 앞장선 것은 바로 지난달 20일 경기도와 상생협약을 맺은 강원도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대표도 최문순 강원지사가 맡고 있다.

협의체는 13일부터 원주시 등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강원도와 강원도의회, 강원도내 지자체도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공식 반대 서명행사와 축제 등은 물론, 통·반장이 가정을 방문해 서명을 받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도권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자신들의 지역 혁신도시 등에 기업 유치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협의체의 이같은 서명운동은 이미 지난 4월부터 계획됐지만, 경기도는 연정이라는 세리머니에 집착해 알맹이 빠진 협약을 체결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남 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기·강원 상생협약을 설명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서, 지금 수도권규제를 합리화할 거냐는 대결구도를 상생구도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지만, 경기도 만의 ‘짝사랑’으로 종료된 셈이다.

이 때문에 남 지사가 강원을 첫 대상으로 삼은 광역연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이경진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