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와 네 차례나 계약 변경
“기성·지불금 차이 커 공사 난항”
하루 6시간 근무… 수시 안전교육
미군 엄격한 규정도 ‘공기 압박’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사장이 수억원대 접대와 상납이 있었다는 글을 남기고 분신한 가운데(경인일보 5월 12일자 1면 보도) 턱없이 낮은 공사비로 인한 불공정 행위, 미군의 까다로운 규정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자해사건으로 수사하던 경찰은 수사방향을 전환해 접대·상납 등 원청과 하청업체 간 금품이 오간 정황에 대해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12일 평택 미군기지 차량정비시설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A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원청업체인 S건설과 66억원에 차량정비시설의 철근 콘크리트 공사 계약을 맺고 곧바로 착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준공 예정이던 공사는 8개월 이상 지연됐고, 현재 공정률도 90%에 머문 상태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자금 압박과 공기단축 등 엄청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일보 취재 결과 A사는 선급금 지원, 공사기간 연장, 설계변경, 손실보전금, 하도급 금액 조정 등을 이유로 S건설과 네 차례나 계약을 변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분신한 A사 사장 한모(62)씨가 남긴 글에는 ‘S건설의 협박과 압력으로 추석과 설날에 신청한 손실 보전금과 추가 공사비는 청구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만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갑질의 횡포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결국 압박을 받던 A사는 정상적인 공사를 하지 못했고, 준공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1년이 늦어진 오는 9월 30일로 변경됐다.
A사 관계자는 “기성금과 지불금의 차이가 커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예컨대 공정에 10억원이 필요한데도 원청인 S건설은 지불금을 5억원으로 잡아뒀고, 거기에 맞춰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90억원 이상 공사비가 필요했지만, 최종 계약금액은 76억원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미군기지 공사만의 특수한 상황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A사 관계자는 “하루 일하는 시간이 불과 6시간 정도에 불과한 데다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 등 까다로운 규정 탓에 수시로 공사가 중단돼 도저히 공기를 맞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미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살아남는 하청업체는 ‘극소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S건설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 방식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미군기지 특성상 엄격한 규정 등으로 인해 상당수 하청업체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한씨가 남긴 글에 접대와 상납으로 각각 1억원씩 사용했다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13일 A사로부터 공사계약서와 회계장부 등을 제출받아 금품이 오간 정황 등 계약과정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대 및 상납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민웅기·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