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열풍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주식시장에 물밀듯이 들어온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유럽 등에서 빠른 속도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해외 M&A 지난해 기록 넘어설듯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기업들의 해외(outbound) 기업 인수합병은 36% 급증한 20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체결된 인수건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77건으로 민간 기업이 M&A 건수의 6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PwC의 앤드류 리 중국 담당 자문은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를 독려해옴에 따라 이런 M&A 증가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지난해 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46건의 M&A가 성사돼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그 가치는 모두 550억

달러에 달했다.

리 자문은 민간 기업들이 기술력과 지적재산권, 유명한 브랜드를 중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함에 따라 "IT와 이동통신, 소매업종이 민간기업들이 주목하는 가장 인기있는 업종이었다"고 말했다.

PwC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덕분에 해외 M&A의 관심은 인프라와 관련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의 M&A는 주로 미국과 유럽을 겨냥해 이뤄졌으며, 아시아에서는 세번째로 많은 딜이 성사됐다.

◇유럽투자 광폭 행보

올해 중국은 유럽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아시아와 북미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중국 기업들의 지분투자를 포함한 해외 기업 M&A 규모는 모두 497억달러, 291건(인수 발표후 미체결건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럽을 대상으로 한 M&A는 216억 달러로 전년대비 166.7% 늘었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은 150억달러로 22.3% 증가했다.

북미지역은 106억달러로 집계돼 7.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초에는 유럽 대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공략이 두드러졌다.

지난 3월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켐차이나(CNCC)는 매출 기준 세계 5위인 이탈리아 타이어업체 피렐리의 지분 26%를 사들이기로 했다.

한달 앞선 2월에는 중국 푸싱(復星) 그룹이 프랑스의 세계적 리조트 운영 그룹인 클럽메드를 인수했다.

푸싱그룹은 이달에는 미국의 보험회사 아이언셰어의 지분 80%를 18억5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안방(安邦)보험은 독일 굴지의 부동산 업체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뮌헨 소재 국영 하이포리얼 에스테이트와 부동산대출 부문 계열사인 PBB를 인수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PBB의 가치는 12억유로에서 18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T업종 M&A 행보는 이제 시작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IT업체들의 M&A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IT기업 간 경쟁이 극심해짐에 따라 해외에서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실탄을 쥔 기업들을 M&A 시장으로 뛰어들게 할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레드테크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클렌데닌 창립자는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투자에 나서라고 독려함에 따라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기업들이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자원을 찾고 있으며 이런 기회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T기업의 대표적인 투자사례로는 지난해 말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에 6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레노보가 29억달러를 들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IT업종을 중심으로 몰려있던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느 때보다 느슨해지는 가운데 국내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최신의 기술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다른 업종보다 IT기업들의 경영진이 상대적으로 젊어 글로벌 시장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기업들은 중국 자본에 대해 더 수용적인 입장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다만 IT업종이 지난해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의 투자에 나섬에 따라 올해는 작년만큼 활발한 M&A가 일어나지는 않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中, 한국기업도 투자도 '잰걸음'

한국 기업들을 향한 중국 기업들의 행보도 야심차다.

지난 2월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1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중국 자본이 국내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됐다.

작년에는 국내 최장수 유아복 브랜드인 '아가방'이 중국 의류업체 랑시그룹의 한국 자회사에 320억원에 매각된 바 있다.

2012년 이후 2년간 중국 기업에 팔린 한국 의류업체는 4개사에 달한다고 이트레이드증권은 집계했다.

중국의 텐센트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CJ E&M에 5천3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텐센트는 2012년 4월에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 지분 투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M&A 건수는 각각 11건(1억6천820만달러)과 8건(7천520만달러)에 그쳤다. 모두 전년 대비로 88%, 55%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그 건수는 19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그 규모도 21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전날 기준으로 M&A 및 지분투자건수는 6건에 그치고 있으나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로 그 규모는 벌써 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