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수원종합공구단지가 매일 심야시간 단지 내 도로 200여m 구간을 폐쇄해 인근 주민들이 3㎞를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공구단지 측은 도난 방지 등을 이유로 야간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 다세대 주택 주민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21일 수원종합공구단지 등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공구단지를 조성하면서 단지 내부를 가로지르는 280m의 도로를 개통했다.

처음에는 단지 직원뿐 아니라 주민들도 이용하도록 했지만 2008년부터는 밤 10시 이후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출입이 통제됐다. 이 때문에 수년째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과 단지 측이 야간통행 허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단지 주 출입구 일대 반경 600m에는 총 800여 세대가 입주한 아파트 단지 3곳을 비롯해 다세대 주택 등이 밀집해 있어 밤 귀갓길 이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야간에 도로가 폐쇄되면서 주민들은 길게는 3.7㎞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낮에는 뚫린 길이 밤에 막혀 먼 길로 돌아가야 하는 탓에 택시 기사와 승객 간 요금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색동에 사는 김모(44)씨는 “집이 반대편 출입구 근처여서 단지를 지나갈 경우 1분도 채 안 걸리지만 먼 길을 돌아 집에 가곤 한다”며 “그나마 지름길인 농로는 1차선 비포장도로여서 야간 주행이 위험한 만큼 단지 측에서 주민들의 사정을 이해해 야간 통행도 허락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지와 주민들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지자체와 경찰에 민원을 넣고 중재를 요청했지만, 담당 구청인 권선구청은 지난해 현장을 확인한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공도(公道)는 시에서 관리하지만, 개인이 만든 사도(私道)의 경우 소유자가 도로를 개방하지 않는 이상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유자와 주민들이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관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지 측은 “단지 내 비싼 장비와 부품이 많아 야간에 차량을 이용한 도난을 막기 위해선 통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낮에는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차단기를 설치하지 않고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