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후 통제 엄격… 결항잦아 큰 불편
여객선 경영난 백령도 오전 출항 6개월째 중단
정부, 기상관측장비 확충·안개기준 완화 필요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 운항 통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여객선의 결항이 잦아지고 있다. 섬 주민들은 운항 통제 기준이 불필요할 정도로 엄격해 일상 생활까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서해5도 여객선 운항통제 횟수는 2013년 29회였다가 세월호 사고가 난 지난해에는 65회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지난 4월 기준, 30회를 넘어섰다. 결항이 잦아지는 이유는 기상특보에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천 서해 5도서가 속한 중부 바다는 덕적도를 기준으로 먼바다(백령, 대청, 연평)와 앞바다(덕적, 자월, 북도)로 구분된다. 먼바다와 앞바다 해상의 기상 상황은 각기 다를 때가 많아 운행 여부를 따로 판단해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한쪽 바다에 특보가 내려지면 다른 쪽도 함께 운항 통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옹진군 주민들은 인천에 나왔다가 기상악화에 따른 여객선 통제로 4박, 5박씩 여관방 신세를 지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장기간 결항이 이어지다 배가 뜨는 날이면 주민들은 새벽 2시부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문을 두드리고, 줄을 길게 늘어서는 ‘선표 전쟁’을 치르곤 한다. 섬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육지에 업무를 보러 나간 섬 주민들의 발이 묶이거나 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까지 등교를 못하거나 등교를 하더라도 귀가하지 못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은 섬 주민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주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운항관리실 직원들이 안전관리 업무 소홀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는 사태까지 겪은 터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침 시간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이 경영난을 이유로 6개월째 운항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오후 배를 타고 출발하면 인천에는 저녁에 도착하다 보니 기존 1박 2일이던 인천 생활권은 2박 3일로 늘어나 버렸다.

문제의 여객선사인 우리고속훼리가 오는 7월 말까지 대체 여객선을 투입하지 않으면 사업정지와 면허 취소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런 가운데 해상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서해5도 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운항 통제기준으로 인해 여객선 결항이 잦아지면서 생활에 큰 지장이 있지만, 정부의 대처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인천 옹진군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이 인천과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통제 기준 합리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올 들어 두 차례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보냈다. 옹진군은 이와 함께 해운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운항을 멋대로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여객선 운영비를 보조해주는 ‘여객선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주민들은 현재 육안으로 이뤄지는 비합리적 기상관측 방식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상 기상관측장비 확충과 여객선 안개 시정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당장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을 걱정하고 있다. 잦은 운항 통제로 언제 발이 묶일지 모르는 섬을 관광객이 찾아오겠느냐는 것이다. 안전을 차선으로 미룰 수는 없지만, 주민들의 하소연처럼 삶의 고통도 더는 뒤로 미뤄두면 안 된다.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한 때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