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불법으로 설치된 게임기 단속권한을 게임기 설치·운영업자들에게 위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시는 야외에 불법으로 설치된 크레인 게임기 단속 및 철거 업무를 한국게임기자판기연합회 수원지회(이하 연합회)에 위탁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는 ‘인형 뽑기’처럼 동전을 넣고 크레인을 조작해 상품을 뽑는 게임기를 운영하는 업자들의 모임으로 회원 중 상당수가 불법으로 크레인 게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실내가 아닌 실외에 있는 크레인 게임기 대부분이 불법이다. 결국 불법 행위자들에게 단속 업무를 맡긴 꼴이다.

실제 연합회 내부에서도 불법 크레인 게임기 운영자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회원들은 적게는 2~3대, 많게는 30대까지 크레인 게임기를 운영하고 있고 실외에 불법으로 설치한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게임기 단속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연합회는 철거 민원은 구청의 요구에 따라 하지만 상당수는 ‘눈속임’으로 민원이 제기된 불법 게임기를 철거했다고 구청에 보고한 뒤 게임기를 다른 곳에 옮겨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의 다른 관계자는 “게임기를 다른 곳에 옮겨 설치하는 것을 ‘완배’라고 하는데, 완배한 게임기는 구청에 철거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시는 관할지역에 불법 크레인 게임기 수량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크레인 게임기를 단속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민간연합회 측에 요청해 진행했다”며 “철거한 게임기를 다른 지역에 재설치하는 것은 몰랐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