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연화 기조 도움 불구
로켓발사 ‘화해 분위기’ 찬물
“北 책임있는 조치 우선돼야”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 제외 대북지원 사업 보류. 정부가 지난 2010년 5월 발표한 ‘5·24 대북제재 조치’의 주된 내용이다. 5·24 조치는 인천 백령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린 정부의 조치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컸다. 5·24 발표 직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그해 11월 일어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자체·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는 자연히 크게 위축됐다. 5·24 조치 이후 지난 5년간 냉각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정부는 2011년 9월 5·24 조치를 다소 완화했다. 사실상 전면 중단됐던 남북 교류·협력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가 컸다. 투자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과 종교·문화 관련 사안에 대한 선별적 방북을 허용했다. 밀가루·의약품 등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품목에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유연화 기조는 유지됐다. 정부는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외국 기업 투자 유치와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을 대북 신규투자 제한 예외로 인정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때엔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전격 인천을 찾아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과 남북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2012년 4월),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2월) 등은 정부의 5·24 조치 유연화 방침에 번번이 찬물을 끼얹었다. 또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애기봉 등탑 점등 등에 대해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북관계의 변수가 됐다.

북한은 최근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입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승인했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5·24 조치는 정부의 유연화 기조 속에서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조치가 5·24 조치”라며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