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께 포천시 창수면 고소성리 보장산 자락 산 38 일대 폭 4m, 길이 1천㎞의 공간이 나무 한 그루 없이 벌건 흙을 그대로 드러낸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초여름 옅은 초록이 우거진 주변의 풍광과 달리 이곳 4천㎡가량은 원형탈모(?)라도 걸린 듯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흙길 옆으로는 누군가가 뽑아버린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고, 족히 50년도 넘어 보이는 아름드리 고목도 수십 여 그루 포함돼 있다.
이곳은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김모(50)씨가 10여 년간 농사를 지어온 개인 토지로 헛개나무 및 고로쇠나무, 과실수 등을 재배하는 김씨의 터전이다.
하지만 국방연구소가 최근 김씨 사유지 인근에 폭약시험장을 만들 목적으로 사전 지질검사 등에 필요한 중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진입도로를 무단으로 이곳에 냈다.
당초 국방연구소는 김씨와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뒤 땅을 국방연구소에 제공하는 등의 협의를 진행 중이었지만, 협의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하루 아침에 무단으로 나무를 벌목해 버린 것이다.
김씨는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국방연구소의 막무가내식 공사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특히 수십 년 된 고목이 마구잡이로 벌목돼 환경피해도 심각하지만, 국방연구소는 보상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고 토로했다.
국방연구소의 무단벌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국방연구소는 김씨 땅에 허가도 없이 들어와 1천여㎡ 땅의 나무를 베어낸 뒤 전나무 묘목 100여 그루로 대충 복구만 해줬을 뿐 토지주인 김씨에게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당시 전나무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고사했다.
나무를 베어내기 위해선 토지주의 확인뿐 아니라 관할 지자체에 정식으로 벌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방연구소는 모든 절차를 무시해 포천시는 김씨의 민원을 받은 지난 22일에서야 벌목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방연구소 측에 피해현황에 대한 공문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국방연구소는 “김씨와 수목 이전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끝난 줄 알았다”며 “하청업체를 통해 벌목이 이뤄졌는데 자세한 경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최재훈·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