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애향심 마케팅과 아침밥 급식등 생각해 봐야
정부도 가공용 쌀로 소비자 선호 먹거리 연구 필요
쌀이 남아돈다. ‘이밥에 소고깃국’이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때가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5대양 6대 주에 걸쳐 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주식 중 하나인 쌀이 대한민국에서 남아돈다는 얘기는 그 자체만으로 잘사는 나라를 의미한다. 옥수수에 이어 밀과 함께 인류의 3대 주식인 쌀의 역사는 무려 1만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지구의 기후변화를 거치면서 야생벼를 발견하고 재배벼 기술을 습득해 풍토에 따라 입맛에 맞는 쌀 품종을 개발해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길고 가느다랗고 푸석거리는 ‘안남미’(인디카·indica)와 우리 국민들이 즐겨 먹는 둥글고 짧은 모양의 차진 자포니카(japonica)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세계공통의 벼 학명(學名)은 오리자(Oryza)다.
이런 쌀이 전 세계적으로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넘쳐나고 있지만 북한이나 아프리카 등 상당수 나라는 쌀이 없어 굶어 죽는 기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 1994년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20년간 유예가 종료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정책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저율관세할당(TRQ)으로 1만t 수입을 위한 전자입찰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실시해 농민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부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출한 양허표 수정안(관세율 513% 등)을 원안대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WTO에 맞게 저율관세할당제 운영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화 후 현행 의무수입물량(MMA·40만9천t) 이외의 수입량은 미미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WTO 협정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야하는 등 대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수입하더라도 쌀 수급조절과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보전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나마 미봉책이다.
밥쌀용 쌀은 일반적으로 가공용 쌀보다 등급이 높고 가격도 10% 가량 비싸 국내 쌀농가들과 실질적 경쟁을 한다. 게다가 지난해 수입된 밥쌀용 쌀 재고 물량만 11만t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은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쌀 관세화 전환으로 생긴 정당한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넘쳐나는 국내 쌀 재고량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20㎏ 3만9천927원으로, 지난해 4만2천872원와 비교해 6. 9% 하락했다. 쌀 재고량도 4월 말 기준 135만t으로 지난해 89만t과 비교해 1. 5배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밀 0. 5%, 옥수수 1. 0%, 콩(두류) 8. 4%, 보리쌀 41. 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인지역 쌀 재고량과 판매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수매가 이하 가격으로 파는 손해를 감수하는 고육책을 써도 좀처럼 재고량이 줄지 않고 있다. 지역농협은 농협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쌀 소비 자체가 늘지 않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4월말 경기·인천지역의 쌀 재고량은 전년(11만6천768t)보다 5만7천290t 늘어난 17만4천58t으로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5년 새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쌀 풍작에 이어 전라·충청지역 쌀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경기·인천 농협중앙회가 나서 다양한 판촉전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고, 다가올 10월 수확기를 벌써부터 걱정할 지경이다. 현실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애국심 및 애향심 마케팅과 함께 초·중·고생 아침밥 학교급식 등을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물론 무상급식이어서는 안된다. 정부도 가공용 쌀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 먹거리 패턴연구에 선택과 집중을 할 때다.
/김성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