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홍콩섬 동부 주택가인 타이쿠싱 거리의 행인들은 메르스 감염 확진자와 접촉한 18명이 격리됐다는 소식에도 대부분 평소와 다름 없는 차림이었다. 한두 명 외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으며, 공휴일 특별 진료를 위해 문을 연 병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 K(44)씨와 밀접 접촉했을 것으로 의심돼 홍콩 보건당국으로부터 격리 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인 남성이 한국으로 귀국한 뒤 격리되지 않은 채 1일 홍콩으로 재차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위생서 산하 위생방호센터 렁팅훙(梁挺雄) 총감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6일 한국발 홍콩행 아시아나항공 OZ723편에서 K씨 주변에 앉아 격리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추적 조사 전에 한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남성이 이날 오후 다시 홍콩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달 29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비행기로 한국으로 귀국한 뒤 이날 오후 홍콩으로 입국했다가 입경처(入境處ㆍ출입국관리소)에서 격리 대상자로 확인돼 사이쿵의 휴양소로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이쿵 휴양소 내 격리자 수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으로 늘었다. 격리자에 홍콩 중학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중학교가 소독과 학생들의 발열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홍콩 보건당국은 지난달 31일 격리 대상자 29명 중 11명이 한국과 중국 등으로 떠난 것을 확인하고서 해당 국가와 세계보건기구(WHO)에 관련 사실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떠난 6명 중 5명은 격리됐지만, 이 남성을 포함해 한국으로 떠난 5명에 대한 격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 보건당국이 이 남성에 대한 정보를 연락받고도 격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K씨는 지난달 16일 아버지 C(76)씨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 A(68)씨와 접촉했지만, 이를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26일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출장을 가 한국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홍콩 위생방호센터 대변인은 "병원 등의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지금부터 한국 서울의 의료시설을 방문한 여행자가 열과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메르스 의심 사례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위생방호센터는 메르스 의심자의 경우 병원에 보내져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격리된 채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렁 총감은 "한국 당국에 메르스 환자 자료를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이와 관련된 것임을 시사했다. /홍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