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돼도 네트워크 재건 가시밭길
나진항 현대화·개발 中 필두로
러시아 등 투자·교역량 급성장


남북경협은 1988년 ‘남북물자교류에 관한 기본 지침서’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여년간 남북경협은 형태가 다양화되고 규모도 커졌다. 그 과정에서 인천은 남북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인천항을 통한 남북교역이 전체 교역량의 60%를 상회했다.

하지만 5·24 조치가 5년 이상 이어지면서 기존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남북교류가 멈춰 있는 동안 북한과 중국의 교역은 크게 늘어났으며, 러시아의 투자도 활발해졌다.

■남북 유일 정기항로 폐쇄. 앞으로도 불투명

5·24조치 전, 인천~남포항로는 남과 북을 오가는 유일한 정기항로였다. ‘트레이드포춘’호는 2002년 주 1회 이 항로를 오가며 남북경협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대북 반출 물품은 섬유류·화학· 전자·전기제품 등이었으며, 반입 물품은 농수산물·철강금속제품 등이 주를 이뤘다.

트레이드포춘호 뿐 아니라 많은 비정기노선이 인천을 통해 운항됐다. 비정기 노선으로는 주로 수산물이 반입됐다. 남북간 해상 물동량이 가장 많았던 2007년 전체 물동량 2천511만t 중 인천항에서 처리된 물동량은 1천548만t에 달했다.

하지만 5·24 조치가 발표되면서 인천항의 대북교류도 중단됐다. 그 여파로 트레이드포춘호는 지난 2012년 말 결국 폐선됐다.

북한산 물품을 취급하던 수입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5·24 조치 전까지 남북교역 업체를 운영했던 황창환 씨는 “인천과 해주를 오가는 비정기노선을 통해 1주일에 1천t 정도의 북한산 어패류를 반입했다”며 “하지만 5·24 조치 이후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5·24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다시 사업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그동안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가 다 없어졌고, 이를 다시 재건하는 데에 너무 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빠진 자리 중국·러시아 꿰찬다

남북 간의 교역규모는 남북 관계를 반영한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교역이 늘어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교역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북중 교역액 대비 남북 교역액은 2007년 91%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8년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돼 교역액도 줄어든 것으로 한국무역협회는 분석했다. 이후 북중 교역액 대비 남북 교역액은 꾸준히 줄어 2013년에는 17.6%를 기록했다.

반면 북중 교역액은 2007년 20억 달러에서 2013년 65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대북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중국 동북부 물류시장 진출전략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은 중국 동북3성을 중심으로 시안-만포경제협력지구 개발, 나진항 현대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시안과 만포를 잇는 교량을 2011년 착공해 주요 공정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에는 2천580만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대북 투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북 투자는 2010년 200만 달러 수준에서 2013년 7천500만 달러로 3년 만에 30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투자는 향후 5·24 조치 해제 뒤의 남북경협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민욱·정운기자 jw33@kyeongin.com